병을 키우는 불안함과 우울, 나도 혹시 ‘건강 염려증’?
한국인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건강 염려증이 지나친 편이라고 한다. 그게 나쁠까? 미리 신경 쓰고 몸을 관리하면 좋을 것 같은데...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건강에 대한 염려도 병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펴낸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에서 살펴 본 사례와 전문의 조언을 통해 나도 혹시 ‘건강 염려증’이 있다면 불안은 버리고, 마음을 건강하게 살찌우는 TIP을 알아보자.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고도 불안하다면?
건강염려증 의심해봐요
건강염려증 환자들 중 소심하고 예민하다는 말을 듣는 사람들이 많다
건강염려증 증상 CASE #1. 평소 소심하고 예민하다는 말을 듣다
46세 여성 H씨는 전형적인 건강 염려증 케이스다. 평소 TV나 인터넷에서 건강 관련 뉴스가 나오면 주의 깊게 보다가 자연스레 건강 염려증으로 발전했다. 최근 오메가-3, 마그네슘, 비타민, 루테인, 크릴, 프로바이오틱스 등을 하루도 빠짐없이 챙겨 먹는다. 주변 사람들은 이런그녀에게 ‘소심하다’, ‘예민하다’라고 말한다. 그녀의 몸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다. 늘 긴장되어 있는 데다 자기도 모르게 눈을 찡그려서 미간 사이에 주름이 있다. 목뒤와 어깨 근육이 잘 뭉치고, 배는 공기가 차서 빵빵하다. 배를 두들기면 ‘퉁퉁’ 소리가 날 정도다.
건강염려증으로 필요없는 물건을 구매하기도 한다
건강염려증 증상 CASE #2. 긴장하면 잦은 두통과 근육통에 시달려
손도 조금 떨며 팔다리 관절에도 통증이 있어 여러 증상이 돌아가면서 나타나 걱정을 더 불러일으킨다. 하루는 두통이 너무 심했다. 이때 TV를 틀었더니 ‘중풍’, ‘뇌종양’, ‘경동맥 협착’, ‘편두통’ 등에 대한 방송이 나왔다. 화면에 나온 환자는 치료 시기를 놓쳐 하반신을 잘 못 쓰게 된 경우였다. H씨는 집에 있는 혈압계로 혈압을 재 봤는데 140/90, 심박동 90회로 이전보다 높게 나왔다. 불안해서 채널을 돌렸다. 홈쇼핑 광고가 나왔고, 한정 판매 종료를 알리는 카운트다운에 들어가자 두통과 심박수는 최고조로 올랐다. 필요 없는 물건인데도 H씨는 전화를 걸어 구매했다.
건강염려증에 빠지면 병원의 진료를 믿지 못하기도 한다
건강염려증 증상 CASE #3. 동네 병원 소견을 믿지 못해 대형병원으로
‘큰 병에 걸린 건 아닐까, 혈압도 계속 오르고 다리도 아픈데’. H씨가 가까운 병원을 찾아가 MRI 확인을 한 이유다. 결과를 기다리면서 초조하여 며칠 동안 잠을 설쳤다. 며칠 후 병원에 갔더니 ‘아무 이상이 없다’라는 소견을 받았다. ‘혹시 작은 병원이라서 아픈 원인을 찾자 못한 것이 아닌가’ 싶어서 다시 대형 병원에 진료 예약을 했고, 여러 과를 거치면서 검사를 마쳤고 최종적으로 아무 이상이 없다는 확인을 하기까지 6개월여 걸렸다. 하지만 병원을 나서면서 다시 머리가 아파졌다. ‘괜찮다는데 왜 머리가 아프지?’. H씨는 또다시 걱정에 빠져들었다.
건강염려증이란? 정상이 아닌 것은 몸보다 ‘예민한 마음’
때로는 마음의 문제가 신체 이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H씨처럼 건강 걱정을 많이 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것을 건강염려증이라고 한다. 우리가 병을 느끼는 것은 통증이 발생하거나 기능에 이상이 생길 때이다. 아주 예민한 사람들은 이런 몸의 변화를 금세 알아차린다. 하지만 통증이나 기능 이상이 반드시 병 때문에 생기지는 않는다. 마음의 문제나 예민성이 신체 통증이나 기능 이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정밀검사를 해도 정상이라고 나오는데, 사실 이때 정상이 아닌 것은 몸보다 ‘매우 예민한 마음’이다.
건강염려증 극복을 위한 해결법: 긴장 이완 운동이 큰 도움이 된다
건강염려증을 극복하려면 먼저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해주어야 한다
예민한 마음은 보통 두통, 심박동 증가, 근육통, 하리 통증을 일으킨다. 남들은 아프지 않을 만한 통증도 허리 신경을 타고 뇌에 도달하면 크게 증폭된다. 결국 필요 없는 신체 자극들이 끊임없이 머릿속에 들어와 과부하를 유발한다. 그럴 때는 신체 감각에 너무 민감해지기보다 예민한 자신의 마음을 직면해야 한다. 몸의 긴장, 근육의 긴장을 뚫고 이완시켜야 한다. 큰 병이 아닐까 하는 염려는 제쳐두고, ‘내가 긴장하고 있구나’ 생각해야 한다. 긴장 이완 훈련도 매일 하면 도움이 된다.
어울려 집중하거나 몰두하며 건강염려증 물리치기
신체활동이나 무언가에 집중하는 일은 건강염려증을 덜어준다
집중했을 때 즐거운 일이 무엇인가 떠올려본다. 피트니스, 필라테스, 요가, 테니스, 배드민턴도 좋고 봉사활동처럼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집중할 수 있는 일도 좋다. 다른 것에 몰두할 때 비로소 몸의 감각이 무뎌지고 건강 염려가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된다.
건강염려증으로 인한 불안은 신체증상의 이상을 가져오기도 한다
건강염려증(Hypochondriasis)
자신의 신체적 증상 또는 감각을 과도하게 해석하여 스스로 심각한 병에 걸렸다고 확신하거나 두려워하고 여기에 몰두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보통 암, 에이즈, 코로나19 등 널리 알려진 심각한 질환을 두려워한다. 나는 이런 증상에 대해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는데, 이때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교하자 우울증 환자 가운데 건강염려증을 보이는 비중이 우리나라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 불안으로 인해 발생한 신체 증상(예를 들어 심장박동 증가, 체중 감소, 호흡 곤란)을 큰 병으로 착각해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99쪽 중에서
참고_ 도서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전홍진 지음
피처 에디터_ 강명희 기자
출처 : 건강보험공단
